🏜️ 노원구에 사는 맥덕들을 위한 오아시스, 상계동 'e편한마트'

내돈내산

 

노원구에 있는 초, 중, 고등학교를 나왔다. 지금은 딴 지역에서 살고 있지만 나한텐 골목마다의 추억이 숨어있는 동네다. 20대 중반까지 노원에서 살았는데 이 희귀함을 이제야 알아버리다니. 억울하다.🥹

상계중앙시장은 최근에 공사를 해서인지 깔끔하다. 그 안엔 방앗간 몇 곳과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산물, 반찬 가게들이 있다. e편한마트는 상계중앙시장 근처에 있는 작지만 알찬 동네 슈퍼다. 

요즘 e편한마트에 방문하면 이 곡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카무트, 적두, 검은콩, 백콩 등이 쌓여있다. 나중에 한번 구매해봐야지.

내부는 영락없는 슈퍼의 모습이다. 이런 곳에 세계 곳곳의 브루어리 맥주가 있다고? 반신반의하며 가게를 들어갔던 첫날이 기억난다. 

듣기로는 슈퍼를 운영하는 사장님이 맥주 애호가라고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맥주 입고 소식도 알 수 있다. (@epyunhanmart)

처음보는 트리펠 까르멜리엇 작은 병, 노스코스트 브루어리의 올드 스톡 에일 2020, 노스코스트의 올드 라스푸틴 등의 병맥주가 있다.

시에라 네바다의 발리와인 스타일의 맥주인 빅풋, 세종 듀퐁, 괴즈 분, 잭오비터도 보인다.

잔도 몇 개 있는데 저렴하게 느껴졌다. 바로 옆엔 오뚜기 양조식초가 있다니.ㅋㅋㅋ 희귀한 풍경이다.

비터, 트라피스트, 스타우트, 괴즈 등의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찾아볼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찾기 어려운 맥주들이 가득해서 갈 때마다 재밌다.

개인적으로 이곳이 재밌는 이유는 국내에 있는 각 지역의 브루어리 맥주들 때문이다. 냉장고에 여러 브루어리에서 양조한 캔맥주가 가득 차 있다. 성수동의 어메이징 브루잉, 신당의 헤이웨이브, 건대의 알고 등의 술집에 가면 탭으로 마실 수 있긴하지만 집에 가져가서 캔맥주를 따 먹고 싶을 때도 있지 않나! 부산의 툼브로이, 비어바나, 크래프트브로스, 끽비어, 칠홉스, 맥파이, 태평양조, 와일드웨이브, 호피홀리데이, 서울 브루어리 등의 브루어리에서 양조한 맥주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요즘 난리난 맥주인 토플링골리앗의 수도수(pseudo sue)와 킹 수(king sue) 캔맥주도 있다. 공릉동에 있는 비어셀러에서 마셔봤는데 묵직하고 화사한 홉 맛에 놀랐다. 맥주를 마실 때 홉에 대해서 궁금해 본 적이 없는데 킹 수에 쓰이는 '시트라 홉' 때문에 관심이 생겼다.

이번에  e편한마트에서 구입하고 싶었던 맥주는 의성 맥주 공방인 호피홀리데이의 '홉희홀리데이 IPA'. 태평양조, 홉이든, 호피홀리데이가 협업해 만든 맥주다. 원재료명을 보면 세번째에 호프(국내산)가 적혀있다. 의성에 있는 홉 농장인 홉이든에서 재배한 케스케이드 홉으로 만들었다. 이곳의 의성 라거를 맛있게 마신 기억이 있어서 궁금했다.

근처에있는 당현천에서 맥주 캔을 땄다. 맥주의 이름대로 홉 향이 세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걸쭉한 느낌이 강하다고 느꼈다. 호프 펠렛이 아니라 호프로 적혀있는 것을 보니 생홉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맛에 있어서 호프펠렛으로 만든 맥주와 어떤 지점이 다를지 궁금하다! 어떤 작물을 재배할 때 기후, 토양 등의 여러 조건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고있다. 국내에서 재배하는 홉으로 만들어질 맥주를 생각하니 설레인다.